여수경찰, "청소년 또래문화, 인정하고 접근하자"

브레이크뉴스 | 기사입력 2017/05/22 [12:16]

여수경찰, "청소년 또래문화, 인정하고 접근하자"

브레이크뉴스 | 입력 : 2017/05/22 [12:16]
여수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순경 김윤희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고 한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기억이 채워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건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청소년기에 그리 치열하게 고민한 문제들도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어른들은 우리 청소년들이 나보다 더 나은 어른이 되길 바라며 한마디 충고를 던진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말하고, 어른들은 너 좋으라고 하는 얘기, 왜 듣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학교전담경찰관은 업무 특성 상 청소년들과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다양한 환경, 독특한 성격을 가진 청소년들을 만나며 그들을 이해하기 힘든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바로 ‘그러려니…….’ 이다.

‘그러려니’라는 말은 마치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모두의 상황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교만일지 모른다. 청소년들의 문화는 그들만의 문화이다.

게다가 과거의 청소년 문화와 현재의 청소년 문화의 양태는 매우 다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또 시간이 흘러도 세대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에게 쉽사리 모든 걸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쩌면 그들에게 거짓말로 들리기 십상이다.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서 반드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는 라포(rapport,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가 형성되어야 한다. 라포를 탄탄하게 형성하려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야한다.

만약 상담 중에 청소년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왜 그랬니?”, “그런 짓을 왜하니.” 하고 반문을 하며 ‘역시 요즘 애들은 이상해.’ 라는 마음을 가지면 상담을 성공적으로 종결하지 못한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이럴 때 100% 공감 첫 단계로 ‘그러려니…….’가 등장한다. 대학 시절 심리학 전공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마음이 더욱 넓어졌다.

인간이 얼마나 상황에 좌지우지 되는지 알게 된 후로 상대방이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래. 나도 저 상황에 있었더라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어 상대방을 보다 너그럽게 바라보게 된다.

사회심리학은 무엇보다 ‘상황’을 강조한다. 인간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면 ‘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이유를 알게 된다. 

청소년들이 털어놓는 그들의 말에 “왜?”하고 울컥 반감이 들더라도 잠시만 ‘그러려니…….’하고 생각하면 곧 말 속에 숨겨진 속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왜?’하고 의문을 가지기 전에 청소년들의 문화를 ‘인정’하면 자연스레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고, 상대방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는 청소년들은 공감 받는 느낌을 받고, 마침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라포가 형성된다. 

청소년 또래문화가 항상 그들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경찰도 학교전담경찰관을 각 학교에 배치하여 그들을 보호하고 때로는 엄격한 법의 잣대로 청소년들을 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피상만으로 청소년과 그 또래문화를 단정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맥락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한 후 겉모습 뒤에 숨어있는 진짜 결함을 찾아 교정해야만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선도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섣불리 그들을 평가하지 말고, 공감 1단계 ‘인정’부터 시작하여 보다 성공적인 청소년 상담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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